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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주민이 직접 선정한 137억 원 규모 예산안 확정

육태훈 기자 | 2025.09.03 | 조회 4

2026년 주민참여예산사업 371건 결정… 시민투표 반영해 생활밀착형 사업 대거 포함

2025년 9월 3일 대구시는 동인청사 대회의실에서 ‘2025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총회’를 개최하고, 2026년도에 시행할 주민참여예산사업 371건, 총 137억 원 규모의 예산안을 최종 확정했다. 총회에는 주민참여예산위원 100명과 윤영애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번 예산안은 시민 제안과 투표를 거쳐 결정되었으며, 안전시설 설치와 같은 시정참여형 사업부터 지역 맞춤형 읍·면·동 사업까지 다양하게 포함됐다.

대구시의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 편성 과정에 시민 참여를 제도화한 대표적 정책 수단이다. 2026년도 예산안은 시민이 제안하고 심사하며 투표로 결정하는 절차를 거쳐 마련되었으며, 이는 주민 참여의 실질적 확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올해 시민투표 참여자는 총 2,925명으로 전년도보다 55.7% 증가해 제도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꾸준히 확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총 371건의 사업 중 시정참여형 사업은 36건, 67억 원 규모로 가장 높은 비중의 예산이 배정되었다. 주요 사업으로는 ▲화재 예방을 위한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시설 설치, ▲동대구로 스마트 가로등 설치 등이 포함되며, 대부분 시민 안전과 직결된 분야다. 특히 초등학교 앞 교통사고 예방시설 등은 많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구·군참여형 사업은 73건, 37억 원 규모로 여성·아동의 귀가 안전을 위한 안심귀갓길 조성사업 등이 포함되었다. 읍·면·동참여형 사업은 262건, 33억 원으로 스마트 그늘막 설치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소규모 사업이 주를 이뤘다. 이는 지역 맞춤형 제안이 실제 예산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는 단순한 사업 선정에 그치지 않고, 기존에 추진된 예산사업에 대한 성과 평가도 병행되었다. 2024~2025년 동안 시행된 사업 중에서는 ▲스마트 신호등 설치 ▲칠곡지하보도 경관 개선 ▲전통시장 내 쿨링시스템 설치 ▲어린이 놀이터 식수대 설치 등이 우수사례로 선정되었다. 이는 대구시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예산 집행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총회 결과는 대구시 주민참여예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며, 해당 사업들은 2026년도 본예산안에 반영돼 시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주민들이 직접 제안하고 투표로 결정한 사업이 실제 예산에 반영되는 구조는 시민 참여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동시에 시정참여형과 구·군참여형, 읍·면·동참여형 등 참여 수준을 다층적으로 설정해 주민참여의 범위를 넓힌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사업의 다양성과 확장성에 비해, 예산 규모와 사업 추진의 실효성에는 향후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산 편성 이후 실제 집행 과정에서 주민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후속 절차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지적되어 왔다. 주민참여예산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투표율 증가에 만족하기보다는, 사후 모니터링과 결과 공개, 주민 환류 구조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읍·면·동 단위의 소규모 사업은 지역 실정에 따라 우선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만큼, 사업 실행 단계에서도 주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운영체계가 요구된다.

또한, 시민 제안의 창의성과 실현 가능성 간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전문가 검토 절차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RPG 게임 축제와 같은 청년 중심 사업은 새로운 시도지만, 그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지역 정책과의 정합성, 예산 배분의 형평성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결국 이번 총회는 단순히 예산안을 확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 참여가 제도화되고 다층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과정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주민참여예산제가 실질적인 분권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실행력 있는 후속 관리와 평가체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번 주민참여예산 총회를 통해 선정된 371건의 사업은 2026년 대구시 예산안에 포함되어 시의회 심사를 거칠 예정이다. 실제 예산 집행 과정에서 주민 제안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그 실효성이 입증될 수 있을지가 제도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다.

대구시는 시민들의 참여 확대를 기반으로 예산 편성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선 사후평가 체계 구축, 주민의견 반영 절차 정비, 지역 간 형평성 확보 등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 주민참여예산제가 단순한 형식적 절차를 넘어 실질적 권한 이양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이번 총회 이후의 실행과정이 더욱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