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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소버린 AI' 본격 대응… 지역맞춤형 전략 수립 착수

육태훈 기자 | 2025.07.25 | 조회 7

산·학·연 전문가 참여 간담회 개최… ‘칩투클라우드’ 기반 AI 전략 및 AI로봇수도 구상 본격화

출처: 대구광역시청

출처: 대구광역시청

대구광역시는 2025년 7월 24일 오후 2시 산격청사 대회의실에서 ‘소버린 AI 시대 지역대응전략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대구시 경제부시장 주재로 개최됐으며,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석해 소버린 AI 개념에 따른 지역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현덕 경북대 교수와 변우진 ETRI 대경권 본부장의 주제발표를 중심으로 ‘칩-투-클라우드’ 전략과 AI 로봇수도 구상이 공유되었으며, 대구시는 간담회 논의 사항을 향후 지역 AI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AI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소버린 AI(Sovereign AI)’ 개념이 주요 정책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이 자국의 법제도, 언어, 문화, 역사 등을 반영한 독자적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와 맞물려, 기술 주권 확보 차원의 논의로 확장되고 있다. 소버린 AI는 단지 ‘기술 독립’을 넘어서, 지역 및 국가 고유의 가치관이 반영된 인공지능 기술 및 서비스 설계, 운영 체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대구시는 AI 중심 도시로의 전환을 꾀하며, 해당 논의를 지역 정책 차원에서 구체화하려는 첫 공식 논의의 장으로 간담회를 기획했다. 간담회는 ‘소버린 AI 시대 지역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홍성주 경제부시장 주재 아래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석해 현장 중심의 밀도 높은 토론이 이뤄졌다.

간담회에서는 먼저 김현덕 경북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칩-투-클라우드(Chip-to-Cloud) AI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AI 서비스의 전 과정을 칩 설계부터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해 보안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으로, 데이터의 국지적 처리 및 독립적 인프라 운영이 가능한 점에서 소버린 AI의 기술적 토대로 간주된다. 김 교수는 특히 지역 반도체 산업과 ICT 기업들의 역량을 결합해 ‘지역형 AI 칩 설계 및 운용 모델’ 구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구가 단순 소비지에서 벗어나 AI 기반 하드웨어 기술의 생산기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이어 변우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대경권 본부장은 ‘AI 로봇수도 대구 추진방향’이라는 발표를 통해 대구의 산업 구조와 정책 여건을 바탕으로 AI 로봇 중심 생태계 구축 로드맵을 제시했다. 발표에 따르면, 대구는 로봇산업진흥원,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지능형자동차부품기술연구원 등 기술 집적 기관과 연계해 스마트팩토리, 의료로봇, 생활형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응용 기술을 집중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특히 ETRI는 대구에 AI 로봇 테스트베드 및 실증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역 기업과 협력한 맞춤형 기술 상용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종합 토의에서는 소버린 AI 시대가 단지 기술 자립의 문제만이 아니라, 데이터 주권, 사회적 신뢰, 지역사회 참여 등의 복합적 요소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의견이 교차했다. 참석자들은 소버린 AI가 향후 공공 서비스, 산업 자동화, 교육, 의료 등 분야 전반에 걸쳐 적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 수집·가공의 지역화, ▲AI 기술에 대한 윤리적 설계 기준 수립, ▲공공부문 AI 도입 시 지역 문화와 맥락의 반영 등을 전략 과제로 제안했다.

또한 산·학·연 협력구조의 고도화 필요성도 지적됐다. 특히 지역대학이 보유한 AI 커리큘럼과 인재 양성 역량을 지역 기업 수요와 연계하여 실질적인 기술자립과 창업 유도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는 지역에 특화된 AI 정책이 국가정책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실현되기 위한 필수 요건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편, 소버린 AI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정합성 문제도 제기됐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정보보호위원회 등 여러 부처가 AI 관련 권한을 분산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지방정부가 이를 일관되게 수렴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지적됐다. 대구시는 이에 대한 정책 간 연계성과 협력 체계 확보를 위해 정부와의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부시장 홍성주는 “소버린 AI는 기술이 아닌 ‘정체성’의 문제이며, 지역이 가진 문화와 제도, 산업을 기술로 해석하는 새로운 전환점”이라고 언급하며, “이번 간담회가 단순 제안의 장을 넘어서 지역 맞춤형 실행 전략 수립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앞으로도 산·학·연 연계를 통해 AI 중심의 산업 전환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대구시가 소버린 AI를 전략적 정책 아젠다로 설정했음을 공식화한 계기다. 간담회에서 논의된 칩-투-클라우드 전략, AI 로봇수도 구상, 윤리적 AI 설계 기준 등은 향후 대구시의 AI 기본계획에 반영될 전망이며, 이를 위해 중장기 추진전략과 부문별 로드맵 수립이 요구된다.

정책적으로는 첫째, 대구형 소버린 AI 추진 기본계획 수립과 이를 뒷받침할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 특히 ‘AI 데이터 주권 확보’ 및 ‘AI 기술의 지역화’와 관련된 조항을 포함하여 실질적인 정책 집행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반도체, 로봇, 클라우드 등 관련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산업융합형 지원정책이 필요하며, 산·학·연·관 협의체를 통한 과제 공동기획 및 국비 확보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정책 추진체계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의 협력 프레임 구축이 중요하다. 국무조정실 또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차원의 광역-기초-중앙 연계 거버넌스 체계가 마련되어야 실효성 있는 지방 정책 집행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윤리기준, 데이터 보호, AI 안전성 확보에 관한 기준도 조례 차원에서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

대구시는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정례적 전문가 자문체계를 구축하고, 연내 ‘대구형 소버린 AI 종합계획(가칭)’ 발표를 목표로 정책 정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의회와의 연계, 지역 산업계의 실무 참여, 시민사회 의견 수렴이 함께 진행된다면, 대구는 전국 최초의 지역 맞춤형 소버린 AI 모델 수립이라는 정책 실험의 주체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