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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나드리콜, 발달장애인 이용 제한 첫 해소… 이동권 보장의 제도적 전환점 되나

이정민 기자 | 2025.12.01 | 조회 31

지원 대상 확대는 시작… 특별교통수단 공급·저상버스 보급률 등 구조 개선 요구 여전

대구시의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나드리콜’이 11월 20일부터 발달장애인의 이용을 허용하며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그동안 보행 중심의 자격 기준으로 인해 사실상 배제되었던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이동 지원이 처음으로 제도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이번 조치는 발달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에 있어 상징적인 첫걸음으로 평가되지만, 여전히 대중교통 접근성, 특별교통수단 공급 부족 등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구시는 오랜 기간 나드리콜 이용 자격을 “보행상 장애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 왔다. 이는 제도 설계 초기 단계에서 신체장애 중심 접근으로 이동권 정책이 구성된 관행과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의 이동권은 신체적 능력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또한 이동 불편을 느끼는 모든 사람을 교통약자로 규정하고 있어 기존 제도 틀은 법 취지와도 충돌해 왔다. 발달장애인은 대중교통에서 안전 문제, 돌발 상황 대응 능력의 한계, 의사소통 문제 등으로 사실상 혼자 이동하기 어려움에도 “걸을 수 있다”는 이유로 지원에서 배제되는 모순이 지속됐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202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경우 버스나 지하철을 스스로 이용하기 어렵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으로 이동 자체를 제한받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기존 나드리콜 기준은 “지체장애 여부”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발달장애인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시민단체와 당사자 가정은 민원 제기, 기자회견, 보건·복지위원회 면담 등을 통해 개선을 요구해 왔다.

대구시는 이러한 요구를 반영해 11월 20일부터 활동지원·주간활동·방과후활동·최중증통합돌봄서비스 중 한 가지 이상을 이용하는 발달장애인을 나드리콜 이용 자격 대상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발달장애인의 지원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 제도적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발달장애인 특화 기준을 신설한 것으로, 이동권 보장 정책이 신체장애 중심에서 돌봄·인지·안정성 기반 접근으로 확대되는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큰 진전이다.

그러나 제도적 대상 확대만으로 이동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강하게 제기된다. 먼저 대구시 저상버스 보급률은 2023년 기준 46.5%로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이는 버스 이용이 필수적인 많은 장애인이 여전히 승차 자체가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대중교통 접근성은 이동권 보장의 핵심 요소지만, 시내버스 편의시설의 부족은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가 버스를 실질적으로 이용하기 어렵게 만든다. 나드리콜 대상이 확대되더라도 버스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동권은 한계에 머물 수밖에 없다.

특별교통수단의 공급 부족 문제 역시 심각하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자료는 예약 지연, 배차 대기, 출퇴근 시간대 이용 불가 등 반복되는 문제가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다. 발달장애인 이용자가 증가하면 기존의 공급 부족 문제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즉, 대상 확대가 실질적 이용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차량 증차, 전문 운전원 확보, 예약·배차 시스템 개선 등 후속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대상 확대는 시작일 뿐이며,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전문 운전원 교육, 비상 대응 매뉴얼 구축, 동승 지원, 차량 내 환경 조정 등 후속 정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실질적 이동권 보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는 나드리콜 정책이 개별 조치 중심으로 작동할 때 발생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나드리콜 중심 정책은 필수적 대책이지만 단독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저상버스 확대와 환승 편의 증진 등 대중교통 전반의 접근성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혼자 버스 타기”가 위험하기 때문에 특별교통수단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공급 부족 문제는 곧 이동권 침해 문제로 이어지며, 이는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권리의 문제라는 점에서 다층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의 이동권은 안전, 돌봄, 사회 참여, 자립 지원 등 여러 복합 요소가 얽혀 있어 단일 정책으로는 해소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특성을 가진다.

이번 조치가 가져올 긍정적 변화도 분명 존재한다. 발달장애인의 이동 지원 공식 인정은 서비스 제공체계의 개선뿐 아니라 인식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신체장애 중심으로 협소하게 구성된 이동권의 의미가 발달장애와 인지 장애 등 다양한 장애 특성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는 크다. 또한 시민단체의 참여와 당사자 중심 변화 요구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로서 향후 지역 사회의 정책 참여 구조에도 긍정적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대구시의 이번 나드리콜 이용 대상 확대는 발달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에 있어 실질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공급 부족, 전문 인력 부재, 저상버스 보급률 정체 등 구조적 과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대상 확대의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향후 대구시는 특별교통수단 증차, 전문 운전원 교육, 긴급 상황 대응체계 구축 등 후속 대책을 통해 실제 이용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저상버스 확충과 환승 지원 인프라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번 조치가 단순한 대상 확대에 그칠지, 또는 이동권 정책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전환점이 될지는 향후 대구시의 추가 정책 결정과 예산 반영에 달려 있다.

이정민 기자 | jminv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