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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간송미술관, 국보급 문화유산 상설전시로 K-컬처 열풍 속 한국 미술사 재조명

서대원 기자 | 2025.08.06 | 조회 10

청자상감운학문매병·혜원전신첩 등 교과서 속 문화재 공개…광복절 앞두고 ‘문화보국’ 정신 기려

출처: 대구간송미술관

출처: 대구간송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은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국보급 문화재 상설전시를 통해 K-컬처에 대한 관심을 전통문화로 확장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025년 8월 6일 발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등 교과서에 실린 대표 문화재를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간송 전형필 선생의 ‘문화보국’ 정신을 되새기는 취지로 진행된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최근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으로 상징되는 K-컬처 열풍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 고유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이번 상설전을 기획했다.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대구간송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은 일 평균 1,500명 이상으로 늘었으며, 이 중 48.7%는 대구 외 지역에서 방문했고 수도권 관람객 비율도 15.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 대중문화가 촉발한 관심이 전통문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전시의 핵심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제강점기에 ‘문화보국(文化保國)’을 실천하며 수집한 한국 문화재다. 대표작으로는 고려청자의 백미로 불리는 국보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조선백자의 절정미를 보여주는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이 있다. 두 작품은 고려와 조선 도자 기술의 정수를 집대성한 걸작으로, 각각의 형태미와 문양은 시대별 미의식과 기술력의 진화를 드러낸다.

이들 도자는 1938년 간송이 직접 주문 제작한 목재 진열장에 전시되는데, 이는 단순한 전시 도구를 넘어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했던 그의 의지를 상징한다. 관람객은 두 작품을 통해 예술성과 민족적 자긍심이 결합된 미술사의 결정체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조선 후기 풍속화를 대표하는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일부가 함께 전시된다. 《혜원전신첩》은 총 30점의 풍속화로 구성되며, 이번 전시에서는 <연소답청>, <상춘야흥>, <춘색만원>, <소년전홍> 등 4점이 공개된다. 신윤복 특유의 색채 감각과 필선은 조선 후기 도시문화의 세련미를 잘 보여주며, 당시 양반 계층의 풍류와 서민들의 생활상을 생생히 담아낸다.

간송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유출된 《혜원전신첩》을 1935년 오사카에서 되찾아 한국으로 들여왔다. 이후 철저한 보존 과정을 거쳐 1970년 국보로 지정되며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의 이러한 수집 활동은 한국 미술사와 문화유산 보존 운동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례로 평가된다.

전시장 한편에는 ‘간송의 방’이 마련돼 있다. 이 공간은 간송 전형필을 단순한 수장가가 아니라 교육자·연구자·예술인으로 조명한다. 그가 민족문화 보존을 위해 펼친 노력을 다양한 자료와 유품을 통해 보여주며,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제약 속에서 민족정체성을 지키고자 했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단순한 문화재 감상에 그치지 않고 교육적 의미를 갖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교과서에서 접한 문화유산을 직접 보고, 일제강점기 문화보국 정신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술관에는 어린이 관람객들이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감상하는 모습과 실감영상 전시를 체험하는 장면이 마련돼 있다. 이는 전시가 단순한 시각적 감상에서 나아가 교육·체험형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상설전은 광복절을 앞두고 한국 문화유산 보존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 일본 강점기에 자국 문화재를 지키는 것이 곧 민족의 독립과 존엄을 지키는 행위였음을 상기시키며, 문화재 보존이 국가 정체성의 근간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전시가 지나치게 ‘간송 개인’의 업적으로만 귀결될 경우, 국가 차원의 문화재 보호 정책과 제도적 한계가 가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도 국내외 문화재 환수 문제는 법적·외교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번 전시가 과거를 넘어 현대적 과제를 환기하는 계기가 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의 이번 상설전은 K-컬처 열풍을 전통문화유산으로 연결시키며, 민족문화 보존의 가치를 되새기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전시가 교육·체험형 콘텐츠로 확대되면서 차세대에게 한국 미술사의 정수를 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향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재 보호와 환수 문제를 제도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간송의 개인적 노력에 의존했던 역사적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번 전시가 ‘문화보국’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지속가능한 문화재 보호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대원 기자 | aipen.dws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