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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노곡동 침수사고 원인 규명…관리 부실과 대응 체계 미비 드러나

육태훈 기자 | 2025.08.04 | 조회 31

대구시 조사단, 직관로 수문 고장·제진기 기능 저하·관리체계 이원화 등 복합적 요인 지적

출처: 대구광역시청

출처: 대구광역시청

대구광역시는 2025년 7월 17일 발생한 노곡동 침수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려 2주간 현장 조사와 자료 분석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직관로 수문 개도율 저조, 제진기 작동 지연, 고지배수로 운영 매뉴얼 문제, 관리 주체 이원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침수피해를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 결과는 향후 노곡동 방재 시스템 개선과 도시 방재 정책 전반의 재정비 필요성을 보여준다.

노곡동 침수사고는 대구 북구 일대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마을 전역이 침수되며 주택과 상가, 차량 등 다수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다. 주민들은 지난 2010년에도 유사한 피해를 겪은 바 있어, 이번 사고가 반복된 것에 대한 분노와 불안을 표출했다. 대구시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해 7월 22일부터 자연재해 저감 전문가, 수자원 전문가, 방재시설 운영·설계 전문가 등 5인의 민간 조사단을 구성해 현장 조사와 시뮬레이션 검증을 거쳤다.

조사 결과 가장 큰 원인은 직관로 수문의 고장이었다. 평상시와 강우 초기에는 해당 수문을 100% 개방해 빗물을 금호강으로 직접 배수해야 하지만, 2025년 3월부터 고장이 난 수문을 임시로 거치해 운영하다가 사고 6일 전인 7월 11일에는 통수단면적의 3.18%(7.95cm 개방)에 불과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직관로 배수능력이 사실상 상실돼 마을에 물이 빠지지 못했고,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침수가 발생했다.

두 번째 문제는 제진기 기능 저하였다. 직관로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유송잡물이 한꺼번에 제진기로 몰렸고, 이를 즉시 제거하기 위한 제진기 가동이 늦어지면서 협잡물이 쌓여 장치가 정상 작동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펌프장의 배수 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침수피해가 확산됐다.

세 번째는 고지배수로 침사지 수문 운영의 구조적 문제다. 원칙적으로 상류 산지 유역은 터널 고지배수로를 통해 자연 배수하고, 하류 저지대는 빗물펌프장을 통한 강제 배수로 분리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 당시 매뉴얼상 금호강 외수위 조건에 따라 수문을 조작하면서 상류 유송잡물이 직관로와 제진기로 유입돼 배수 방해가 심화됐다. 행정안전부 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운영 관리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네 번째는 방재시설 관리 주체가 이원화돼 있었다는 점이다. 노곡동 배수시설은 침사지와 고지배수로는 북구청, 배수펌프장은 대구시 도시관리본부가 각각 관리했다. 전국의 유사 시설 대부분은 관리가 일원화돼 있는 반면, 대구는 이원화돼 있어 사고 당시 신속한 대응이 어려웠다. 관리 체계 혼선이 피해 확산에 영향을 준 것이다.

조사단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단기·중기·장기 대책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배수시설 긴급 점검, 수문·제진기 보수, 부유물 차단시설 설치, 우기 시 인력 보강과 비상자재 확보 등 대응 체계 강화를 권고했다. 중기적으로는 침사지 흐름체계 개선과 우·오수 분류화 사업, 관리 일원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우회 배수시설, 지하저류조 설치, 제진기 구조 개선, 통합관제시스템 구축 등 종합적인 방재 인프라 강화를 제안했다.

이번 사고로 드러난 공통된 문제는 시설 노후화와 관리 부실, 운영 매뉴얼 미흡, 기관 간 책임 불분명 등 구조적인 한계다. 특히 지난 2010년에도 같은 지역에서 두 차례 침수피해가 있었음에도 근본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주민들이 불안 속에 생활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현장 조사 과정에서 주민들은 방재시설 보강과 상시 점검 체계 구축을 강하게 요구했으며, 일부는 피해 배상과 책임 규명에 대한 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방자치단체의 방재시설 운영체계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와 개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조사단의 제안은 당장 실현 가능한 단기 대책과 법·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장기 대책으로 나뉜다. 향후 대구시는 관리 주체 일원화, 자동화 시스템 도입, 주민 대상 정보공개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이번 사례를 계기로 국회 차원의 도시 방재시설 관리·운영 관련 법률 개정 논의가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 재난 대응 책임 주체 명확화, 정기 점검 의무화, 긴급 대응 인력 배치 기준 강화 등 입법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유사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노곡동 침수사고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관리 부실과 체계 미비가 초래한 ‘인재(人災)’에 가깝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모두에게 책임 있는 재난관리 시스템 구축을 촉구하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