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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출신 국가수반, 국방비 지출 줄인다

엄기홍 기자 | 2026.02.11 | 조회 10

기업 경험이 있는 지도자는 왜 국방 예산을 덜 쓰는가? ‘사회화 vs 자기선택’ 메커니즘 검증

출처: Journal of Politics

출처: Journal of Politics

2025년 5월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과거에 기업 경험을 가진 국가 지도자들은 국방비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개인의 성향보다 사전 경험을 통한 사회화 효과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푸어만(Fuhrmann)과 김동진 교수는 NATO 17개국 204명의 국가수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회화(socialization)와 자기선택(self-selection) 메커니즘을 엄격히 구분하는 계량 분석을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국제정치학계에서 정치 지도자의 개인적 삶의 경험이 정책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은 오래된 주제다. 최근에는 이른바 ‘개인 전기 접근법(personal biography approach)’을 바탕으로, 지도자의 군복무 여부, 혁명 참여, 교육 배경 등이 외교·안보 정책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들이 다수 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가 단지 개인의 성향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경험을 통해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존재한다.

이 연구는 특히 기업 경력이 있는 국가수반이 왜 국방 예산을 줄이는 경향을 보이는지를 다룬다. 기업 경력을 단순한 자기선택(self-selection)의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이 연구는 이러한 경력이 정치적 태도에 영향을 주는 사회화(socialization)의 결과일 수 있음을 계량적으로 분석했다. 사회화는 개인이 기업 내 활동을 통해 수익 극대화, 자기 중심적 판단, 권력감 등을 내면화하게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1952년부터 2014년까지 NATO 비미국 회원국 17개국의 수반을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① 정치권 입문 전 기업 경력이 없는 지도자(이후 기업 진출 포함), ② 전후 모두 기업 경험이 없는 지도자, ③ 정치권 입문 전에 기업 경력이 있는 지도자다. 세 그룹의 국방비 지출 증감률을 비교해 사회화 효과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검증했다.

실증 분석 결과, 정치권 입문 전에 기업 경력이 있는 지도자는 국방비 지출 증가율이 낮았다. 예컨대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기업 경력이 없었다면, 1998년 국방비를 1.21% 증가시켰겠지만, 기업 경력을 가졌다면 0.55% 증가에 그쳤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반면 정치권 퇴임 후에만 기업 경험이 있는 지도자는 국방비 지출에 있어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이는 자기선택보다는 사회화 메커니즘이 더 강하게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자기선택 가설에 따르면, 기업 경험은 애초에 자기 중심적 성향을 가진 이들이 선택하는 경로에 불과하며, 이들은 국방 지출에 있어 유사한 행동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데이터는 이 예측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정치권 이후 기업에 진출한 이들은 기업 경력이 전무한 지도자들과 국방비 지출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이는 자기선택보다는 기업 내 사회화가 핵심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한편, 기업 경력의 수준과 범위에 따라 사회화 효과가 달라지는지도 추가적으로 분석되었다. 단순 이사회 활동이나 고문직 등 ‘명예직’에 국한된 기업 활동은 사회화 효과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고, 고위경영진 경험이 있는 경우에만 유의미한 효과가 지속되었다. 이는 기업 내에서 실제 경영 책임을 지는 경험이 정치 태도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는 또한 리더가 기업 경력을 갖게 되는 데 있어 정치적 국방예산 감소 추세나 특정 시대적 배경이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도 분석했다. 그러나 3년 또는 5년간의 국방비 지출 추세가 기업인 출신 지도자의 등장 가능성과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는 표본 내 선출 편향(selection bias) 가능성을 낮추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이 연구는 기업 경력이 지도자의 정책 성향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단지 성향이 아닌, 실제 경험에 의한 사회화 효과가 강하게 작용함을 실증적으로 규명한 것이다. 정치지도자의 정책 선택을 단순한 이념적 성향이나 정당 기반으로 설명하기보다, 개인의 삶의 경험 자체에 주목하는 방식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향후 지도자 개인의 생애사적 경로가 정치적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다양한 연구에 중요한 틀을 제공한다. 특히 정치권 입문 전후의 경험 차이를 비교하는 방법론은 군 복무, 외교 경력, NGO 활동 등 다양한 배경 요소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젊은 의원들이 은퇴 후 어떤 경로를 택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장기적 정치 성향의 변화를 추적하는 새로운 분석틀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정치 리더십 연구에 있어 생애 경험 기반 접근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