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직후 실시된 유권자 인식조사에서, 정권견제론과 정권안정론 모두에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상충적 태도’를 보인 유권자가 전체의 1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3정당 지지로 표출하며 선거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진 ‘정권 평가 성격’의 선거였다. 당시 여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이 낮았음에도, 유권자들은 정권견제와 안정 중 어느 하나를 택하지 않고 ‘모두 찬성’ 혹은 ‘모두 반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유성진 이화여대 교수는 이러한 태도를 ‘상충적’이라고 규정하며, 이들이 전체 유권자의 약 15.4%, 당파적 지지자 내에서도 10%를 차지한다고 분석하였다.
이들은 정치적 무관심층이 아니었다. 오히려 투표율은 약 79%로,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지역구에서는 제3정당 후보를, 정당투표에서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조국혁신당이 아닌 기타 정당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투표 결정도 늦게 이루어져, 선거 당일 결정한 비율이 전체 응답자 중 가장 높았다.
정당 지지에서 이들은 절반 이상이 제3정당 혹은 무당파에 속했으며, 대통령·국회의원·정당·주요 정치인에 대한 호감도 역시 가장 낮았다. 이는 단순한 중립이나 무관심이 아니라, 기성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불만이 투표를 통해 표출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들은 특정 정당이 아니라 “기존 정치와 뚜렷이 구분되는 새로운 대안”을 원했다. 예컨대 정당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이 높은 지지를 얻었음에도, 상충 유권자는 이 당보다 기타 소수정당을 더 많이 선택했다. 이는 ‘새로움’보다 ‘차별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상충 유권자의 2/3 가량이 견제론과 안정론 모두에 반대하는 부정적 상충 집단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기타 정당과 제3정당 후보를 선호했고, 그 선택은 일관성을 보였다. 지역구와 정당투표가 일치하는 비율이 오히려 일방적 유권자보다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 선거 연구의 ‘양자택일’ 모델을 넘어서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유권자의 정치적 태도는 상반된 정치 가치가 공존하는 복합적 성격을 띠며, 이는 기존 정당정치의 틀로는 설명되지 않는 정치적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다.
정치 양극화가 고착되는 가운데, 상충 유권자들은 현행 양당 중심 정치구조에 대한 불만과 대안적 정치 욕구를 동시에 드러낸다. 유성진 교수는 이들의 존재가 민주주의의 역동성과 비판적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향후 정당들이 외연 확장을 시도하지 않고 강성 지지층에만 의존할 경우, 상충 유권자의 이탈은 선거 참여의 급감과 민주주의의 질적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논문:
https://kiss.kstudy.com/Detail/Ar?key=4118350
유튜브: https://youtu.be/dtBG3wxJmqU
기성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 제3정당에 표심 던졌다
엄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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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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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충적 태도의 유권자, 정파적 양극화 속에서도 주요 변수로 부상

출처: 의정연구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