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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 인건비 6천억 원 과다 편성한 공공기관 적발

박혜신 기자 | 2025.11.06 | 조회 4

8년간 정부 지침 위반해 ‘직급상향 보수 산정’… 연말에는 임금인상 명목으로 분할 지급

국민권익위원회는 한 공공기관이 지난 8년간 약 6천억 원의 인건비를 정부 지침을 위반해 편법 편성하고, 이를 ‘정규직 임금인상’ 명목으로 분할 지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해당 공단은 상위 직급의 결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위직급 직원에게 상위직급의 보수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과다 산정해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는 이번 사안을 감독기관에 이첩하고 후속 조치를 촉구했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는 2025년 11월 6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준정부기관인 ○○공단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총 8년간 인건비를 부풀려 약 5,995억 원을 과다하게 편성하고 이를 직원들에게 분할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행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이 인건비를 편성할 때 정부가 정한 직급별 정원 및 보수 기준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상위 직급의 결원이 있더라도, 하위 직급 인원의 보수는 본래 직급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며, 상향 적용은 금지된다. 하지만 ○○공단은 이 같은 원칙을 위반하고, 하위직급(5급·6급) 초과 인원에 대해 상위직급(4급·5급)의 보수를 적용하여 예산을 편성했다.

예를 들어, 4급 정원이 50명인데 현원은 6명에 불과한 경우, 나머지 44명의 정원 미달분을 5급·6급 인원에게 4급 보수 기준으로 산정해 예산을 짰다. 이로 인해 실제 인원 대비 과다하게 산정된 보수 예산이 발생했고, 이 금액은 연말에 ‘정규직 임금인상’ 명목으로 각 직급별로 분할 지급됐다. 해당 방식은 조직 내 인사 구조를 악용한 편법적 인건비 확보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권익위는 이 사안을 확인하고, ○○공단의 감독기관에 관련 자료를 이첩했다. 이는 기존에 일부만 조치된 사안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이미 2024년 중 ○○공단의 2023년도 인건비 초과편성분 1,443억 원에 대해서만 감액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는 이를 넘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누적된 4,552억 원의 인건비 또한 정부 지침에 위배되어 과다 산정되었다는 점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와 관련해 권익위는 △기존 감액 조치 외의 나머지 금액에 대한 환수 여부 검토,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예산 편성 절차 점검, △향후 인건비 편성에 대한 정기적 실태조사 실시 등을 감독기관에 권고했다. 특히 이번 사례가 단순 회계 실수나 해석 차이 수준이 아니라, 조직 차원의 구조적·지속적 편법이라는 점에서 제재 필요성이 강조됐다.

유철환 위원장은 “이번 사례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정부 지침과 법령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인건비를 집행한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공공기관의 투명성과 청렴성 확보를 위해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인건비는 국민의 세금으로 구성되는 만큼, 편성의 정당성과 집행의 투명성은 기관 신뢰성과 직결된다. 특히 ‘직급상향 보수 적용’이라는 방식은 외형상으로는 조직 인력 배치를 따르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허위 정원 기준을 통해 불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이를 내부 구성원에게 배분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회계 기준 위반이 아니라, 예산 지침을 고의로 왜곡하고 그 결과를 내부 보상으로 환원한 사례라는 점에서, 제도적 통제 한계를 드러낸다. 특히 8년에 걸친 장기화는 내부 감사 및 외부 평가 체계의 비효율성과 감시 사각지대 존재를 방증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예산 편성 과정에 있어 외부 감시와 상시 점검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제도 개선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또한 공공기관 운영의 자율성과 재량권 보장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의 기본 지침마저 무시될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을 노출한 점은 향후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전반에 걸쳐 보다 엄격한 감독 필요성을 부각시킨다. 향후 유사 사례가 드러날 경우 국민의 불신은 더욱 증폭될 것이며, 공공 부문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 여론이 다시금 고조될 수 있다.

국민권익위의 이번 조치는 공공기관의 예산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법 관행을 근절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향후 감독기관은 ○○공단에 대한 후속 제재 조치는 물론, 동일한 방식의 인건비 편성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타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전수조사 및 실태 점검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예산편성 절차 간 연계 강화, 회계지침의 명확화 및 위반 시 제재 기준 구체화 등 제도적 보완도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 세금의 올바른 집행을 위한 감시체계가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입법·행정·감독 전반에 걸친 다층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