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AI PEN

구로역 충돌사고, 작업대 선로 침범이 직접 원인…사조위 “운전취급 체계 부재가 핵심 요인”

박혜신 기자 | 2025.11.18 | 조회 75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코레일에 전차선로 작업·정거장 운전취급·운행 통제 개선 등 3건 안전대책 권고

출처: 국토교통부

출처: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2024년 8월 9일 발생한 경부선 구로역 장비열차 충돌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작업대가 승인되지 않은 옆 선로를 침범한 것이 직접 원인이며, 운전취급 체계 미비와 작업계획 부실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결합된 사고였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한 중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진 만큼, 사조위는 코레일에 전차선로 작업 안전 강화, 정거장 경계 관리체계 보완, 운행 통제 절차 개선 등 3건의 안전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이번 발표는 철도 운영기관의 현장 안전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구로역 충돌사고는 2024년 8월 9일 새벽 2시 16분, 경부선 구로역 9번 선로와 10번 선로 사이에서 발생했다. 당시 코레일은 전기설비 점검을 위해 전철 모터카를 투입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작업자들은 절연장치 교체를 위해 작업대를 2.6m 확장한 상태였다. 문제는 이 작업대가 차단 승인되지 않은 10번 선로로 침범한 상황에서 회송 중이던 선로 점검차가 시속 약 85km로 진입하며 충돌한 것이다. 선로 점검차 운전원은 충돌 약 20m 직전에서 작업대를 발견하고 급제동을 시도했지만, 물리적으로 충돌을 피할 수 없는 거리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는 단일 요인이 아닌, 작업 통제체계 전반의 허점이 누적된 결과로 분석됐다. 사조위는 사고 지점인 구로역 10·11번 선로(경부 상·하 1선)에 지장 작업과 열차 운행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운전취급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을 가장 핵심적인 기여요인으로 지적했다. 즉, 현행 철도운행 규정상 신호·열차 감시·출발 통보 등을 총괄하는 운전취급 체계가 해당 구간에서 모호하게 운영되면서 작업 중 열차 접근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조정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더불어 작업계획 수립과 철도운행안전협의 절차의 미비도 문제로 확인됐다. 전차선로 점검 작업 계획은 사고 위험구간을 명확히 설정하고, 인접선로의 열차 운행 가능성을 고려해 통제할 필요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절차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았다. 특히 임시 운전명령이 철도운영정보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아, 임시 열차 운행 계획이 반영되지 않은 운전시행전달부를 사용한 점 역시 사고 위험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는 철도운행 통제의 핵심 문서가 현실 운행 계획과 불일치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운행 관계자 간 정확한 정보 전달을 저해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조위는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지난 2024년 8월 14일 코레일에 긴급 안전권고를 이미 발령한 바 있다. 첫째, 전차선로 작업은 승인된 구간 내에서만 이뤄질 수 있도록 엄격히 관리해야 하며, 둘째, 모터카 작업대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한 안전 범위 설정을 철저히 해야 하고, 셋째, 인접선로에서 운행하는 열차·차량에 대한 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코레일은 이후 일부 조치를 시행해 인접선로 단전·차단 조치 확대와 회송열차 시발시간 조정 등을 완료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는 이러한 긴급 조치만으로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에는 부족함을 보여준다. 사조위는 보다 구조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전차선로 작업 관리체계 개선, 정거장 운전취급 체계 보완, 열차운행 통제 절차 강화 등 3개 분야의 추가 안전대책을 권고했다.

첫째, 전차선로 작업과 관련해 작업 내용과 범위를 작업계획서에 명확히 명시하고, 작업자들이 승인 범위 내에서만 작업하도록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전차선로 작업 시행 전 운전시행전달부를 통해 운전명령과 임시 열차운행 계획을 반드시 확인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도운행 안전협의서 작성 시에도 작업 내용을 상세히 기재하여 누락을 방지해야 하며, 작업 중 설치되는 장비열차 CCTV가 항상 작동해 녹화되도록 관리체계 개선도 요구됐다.

둘째, 정거장 운전취급 및 경계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구로역 10·11번 선 같은 운전취급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지점을 전수 조사해 체계적 관리가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경계표지가 설치되지 않은 지점에는 명확한 표지 설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포함됐다. 이는 열차 운행과 작업 간 충돌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철도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온 문제다.

셋째, 관제사와 역장이 현장 작업자에게 실시간으로 열차 운행 상황을 전달할 수 있는 응급 통신체계 확립도 요구됐다. 현행 절차는 정보 공유가 불충분해 작업자들이 열차 접근 여부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사조위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열차운행선로 지장작업 업무 세칙’ 등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고, 운전취급자와 작업 책임자 간 보고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의 심각성은 피해 규모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충돌사고로 작업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모터카 작업대 역시 2억여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작업 실수나 절차 착오가 아니라, 시스템적 결함이 낳은 결과라는 점에서 철도안전 관리체계 전반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열차 운행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전력설비 점검과 같은 필수 유지보수 작업 자체가 작업자를 위험에 노출하는 역설적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조위의 이번 권고는 구조적 안전 개선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사조위는 이번 사고가 철도안전 전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례라며, 권고사항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지속 점검을 예고했다. 또한 조사기관으로서 향후 유사사고 방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사보고서 전문은 11월 18일 사조위 누리집에서 공개될 예정으로, 철도산업 종사자뿐 아니라 안전정책 연구자,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로역 충돌사고 조사 결과는 철도 작업 현장의 위험 요인이 여전히 구조적으로 존재하며, 운영기관의 통제 시스템이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조위의 권고는 철도안전관리규정 개선과 현장 운영 절차 보완을 요구하는 것으로, 향후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이 어떤 제도적 조치를 마련하느냐가 재발방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차선로 작업의 승인 체계 명확화, 운전취급 사각지대 해소, 열차운행 통제체계 현대화는 철도안전의 기본 요소이며, 향후 예산 반영과 제도 정비 과정에서 정치권·산업계의 추가 논의가 예상된다. 이번 사고가 철도안전 혁신의 계기가 될지, 혹은 일회성 지적에 그칠지는 후속 조치의 실효성에 달려 있다.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