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하남산단과 인근 주거지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최대 수백 배 초과해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시는 이를 2년 넘게 방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수기 광주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산5)은 2025년 7월 15일 제334회 본회의 시정 질문을 통해 강기정 광주시장의 안일한 대응을 강하게 질타하며, 긴급한 행정조치와 정화 예산 확보를 촉구했다. 시민 안전에 직결된 재난 수준의 사안을 놓고 시와 구 간 책임을 미루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시 행정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일대 지하수에서 환경부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각각 기준치의 466배, 284배 초과 검출된 것은 이미 2022년부터 시와 구가 인지하고 있었던 사실이다. 문제는 이 같은 심각한 오염 사실이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채 2년 넘게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방치됐다는 점이다. 오염물질은 지하수 흐름을 따라 수완지구 및 풍영정천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생활용 관정에서도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넘겨 검출된 상황이다.
박수기 의원은 해당 오염사례를 단순한 행정실수로 보기 어렵다며 “이는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재난 수준의 사태이며, 그 책임은 분명 광주시에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광주시는 2019년 「지하수 관리계획」을 수립하며 하남산단과 그 주변의 오염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정밀조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하남산단은 물론 인접 주거지인 수완지구에서도 발암물질이 지속적으로 검출된 정황이 공식 보고서로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광주시는 어떠한 경고 조치나 시민 안내도 없이 오염 사실을 사실상 은폐하고, 지하수를 계속 생활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 이로 인해 다수 시민이 오염수에 노출된 상태로 수년간 생활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박 의원은 시의 이러한 행위를 “무능과 고의적인 침묵”으로 규정하며, 강기정 시장이 지금까지 어떤 공식 사과나 해명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사태의 구조적 원인은 명확하다. 오염이 장기간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시와 자치구 간 권한·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고 대응을 미뤄왔다는 점, 정화 및 차단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민 대상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는 단지 행정 미비의 문제가 아닌, 지방정부의 재난 대응 체계가 전면적으로 실패한 사례로 분석된다.
이번 시정 질문에서 박수기 의원은 시장 직무유기의 책임을 명확히 지적하며, “지방자치시대의 시장은 시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최종 책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시장으로서 책임 있는 조치를 내리지 않고 권한 다툼과 책임 떠넘기기에 시간을 허비한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고 발언하며, 강 시장의 직접 사과와 함께 즉각적인 관정 사용 중지 명령, 오염확산 차단공사 착수, 정화 예산 150억 원 확보 등을 요구했다.
이번 하남산단 지하수 오염 사태는 광주시 행정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남겼다. 향후 시의회 차원에서는 박수기 의원의 지적을 바탕으로 시정조사 및 관련 위원회 청문 절차 착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지하수법 시행령」 개정, 광역지자체 책임 명확화 조항 신설, 지방정부 환경정보 공개 의무 강화 등의 입법적 과제도 국회 차원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긴급한 것은 행정적 복구다. 수완지구 등 오염 확산 지역에 대한 관정 사용 중지 명령과 대체 수원 공급, 오염 차단공사 발주, 정화 예산 확보 등은 지체 없이 이뤄져야 한다. 행정의 실책으로 시민 건강이 장기간 위험에 노출된 전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사태는 지방정부 재난대응 시스템의 전면적 재검토 계기가 되어야 한다. 시민 생명보다 우선하는 행정은 없으며, 그 책임은 오롯이 권한을 가진 이들에게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광주 지하수 1급 발암물질 오염 2년 방치… "시민 생명 위협한 행정"
서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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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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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기 시의원, “강기정 시장 직무유기 수준”… 수완지구 생활용수도 기준 초과 검출
서대원 기자 | aipen.dws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