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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의회 여성의원, 여성정책 발언 줄어드는 이유는?

엄기홍 기자 | 2025.04.30 | 조회 17

재선·직책 보유 여성의원일수록 여성 관련 발언 적어… 실질적 대표성 확보 위한 구조 개선 필요

광역의회 여성의원, 여성정책 발언 줄어드는 이유는?

출처: 국제정치연구

중앙대학교 장혜영 교수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10개 광역시도의회 본회의 회의록 1,531건을 분석해 여성의원의 정책 선호를 파악했다. 분석 결과, 비례대표와 초선 의원, 더불어민주당 및 군소정당 소속 의원이 여성 관련 이슈를 더 많이 발언한 반면, 재선 이상이거나 의장단 역할을 맡은 의원일수록 여성 이슈 발언 빈도가 현저히 낮았다. 본 연구는 지방의회 차원에서 여성의 실질적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을 고찰한다.

본 연구는 그동안 국회를 중심으로 수행되었던 여성의원 연구의 외연을 지방의회로 확장한다. 장 교수는 여성의원의 정책 선호가 실제 회의장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여성의원 비율이 20%를 초과한 10개 광역의회를 선정하고, 이들 의회의 본회의 발언을 자연어처리와 네트워크 분석 기법으로 분석하였다.

주요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여성 관련 키워드는 비례대표 의원, 초선 의원, 더불어민주당 및 군소정당 소속 의원 발언에서 더 자주 등장했다. 반면, 재선 이상의 의원이나 의장단에 포함된 의원들은 발언량 자체가 감소했으며, 여성 관련 의제 발언 비율도 낮았다. 특히 수도권 의회에서 여성의원 발언 횟수가 전국 평균보다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별 차이도 뚜렷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군소정당 소속 여성의원들은 '복지', '여성', '문화' 등 여성 친화 이슈에 집중한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의 경우 여성 관련 용어의 사용 빈도가 거의 없었다. 이는 정당의 정책적 우선순위 및 여성정책에 대한 태도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는 단순히 여성의원 수의 증가만으로 여성정책 대표성이 담보되지 않음을 지적한다. 실질적 대표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크리티컬 액트(critical act)’—즉, 여성이슈를 의정활동에서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구조적 여건—의 확보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와 같은 구조는 의장단 구성이나 발언권 배정 방식, 상임위 배정 구조 등 제도 설계를 통해 개선 가능하다.

비교연구 측면에서도 이번 연구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국회에서는 비례대표 여성의원이 여성 관련 법안 발의에 더 적극적이라는 연구가 존재하지만, 지방의회에서는 오히려 지역구 여성의원이 본회의 발언에서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점이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본 연구는 지방의회 여성의원의 ‘정치적 대표성’이 ‘실질적 대표성’으로 연결되기 위한 조건을 실증적으로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향후 여성의원 비율이 높아질수록 단순한 숫자의 확대를 넘어 의정활동의 질과 방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개입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의회 차원에서 ‘여성 이슈’를 다룰 수 있는 위원회 구성, 발언 기회 확대, 성인지적 안건 배정 등 보다 정교한 절차 설계가 향후 과제로 지목된다.

논문: https://doi.org/10.15235/jir.2024.12.27.4.65
유튜브: https://youtu.be/VWd2ydbWSIs

엄기홍 기자 | theaipen.official@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