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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정치후원금, '금전적 대리대표성' 논란

육태훈 기자 | 2025.05.25 | 조회 27

국회의원·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타 지역 기부 비중 높아

출처: 한국정치학회보

출처: 한국정치학회보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국회의원선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후보자 후원회에 기부된 고액 정치후원금의 절반 이상이 기부자의 지역 외 후보자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이러한 현상을 '금전적 대리대표성(monetary surrogacy)'으로 정의하며, 기존의 지역 기반 대표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연구는 2008년 국회의원 선거, 2010년 광역단체장 선거 후보자 후원회의 고액 정치후원금을 분석하여, 정치후원금이 기부자의 거주 지역과 별개로 정책적 영향력 행사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밝혔다. 특히 서울지역, 그중에서도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경제적 부유층이 다른 지역 선거 후보자들에게 고액 후원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었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지역구 후보자 후원회가 받은 고액 정치후원금의 50%가량이 해당 지역 외부에서 유입된 금액이었다.

또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으로 부유한 지역의 기부자들이 타 지역 후보자에게 집중적으로 후원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민주당 후보자에게는 호남지역인 광주광역시, 전라남북도 거주자로부터의 후원금이 많았고, 한나라당 후보자에게는 부산, 대구 등 영남권 기부자들이 집중적으로 기부하는 등 지역주의적 성향과 맞물려 기부 행태가 나타났다.

이 연구는 이 같은 고액 정치후원금 현상이 지역경제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다. 분석 결과, 지역의 경제수준이 높을수록 타 지역 선거구로의 정치후원금 유출이 증가했다. 이는 결국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적 불평등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정치적 평등을 침해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엄 교수는 이러한 금전적 대리대표성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현행 정치자금법상의 법인 및 단체 기부 금지를 현재와 같이 유지할 것을 권고하며, 정치자금 제도의 투명성 강화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소액 기부금을 활성화할 수 있는 법률적 장치를 개선함으로써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적 영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앞으로 정치자금에 대한 투명성 요구와 함께 정치적 대표성 개념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자금 제도의 향후 개정 논의에서도 금전적 대리대표성 방지를 위한 정책적 고려가 요구될 전망이다.

논문: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1624544
유튜브: https://youtu.be/xoMlza60CHA

육태훈 기자 | thhj01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