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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터폴·주요 8개국과 ‘국제공조협의체’ 발족…스캠범죄 공동 대응 본격화

박혜신 기자 | 2025.10.23 | 조회 15

‘초국경 합동작전’ 추진 위한 첫 글로벌 공조 플랫폼…한국 경찰 주도 국제 치안모델 제시

2025년 10월 23일 오후, 경찰청은 인터폴, 아세아나폴 등 국제경찰기구와 미국, 태국, 필리핀 등 주요 8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국제공조협의체’ 발족식을 개최했다. 협의체는 초국경 스캠범죄 대응을 위한 최초의 다자간 경찰 협력 플랫폼으로, 사이버사기와 인신매매 등 신종 국제범죄 대응을 위한 공조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동 작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소위 ‘스캠단지(Scam Compound)’라 불리는 범죄조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메신저 투자사기, 로맨스 스캠, 보이스피싱 등 사이버사기를 넘어 인신매매, 불법감금, 조직폭력 등 인권 침해로까지 범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기반 범죄라는 특성상 국경을 초월해 빠르게 확산되며,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경찰청이 주도한 ‘국제공조협의체’ 발족은 실질적인 국제 치안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경찰청은 이번 협의체가 단순 정보 교류를 넘어 실제 공조수사, 실시간 대응체계, 합동작전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 협력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특히 협의체 출범과 함께 ‘초국경 합동작전(Breaking Chains)’을 추진하기 위한 회의도 오는 11월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협의체에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동남아시아 국가 간 경찰기구인 아세아나폴,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등 주요 국제기구와 함께 태국, 필리핀, 라오스, 미국 등 범죄 피해·가해국 모두가 참여한다. 이는 한국 경찰이 국제 사회를 조율하며 다자간 범죄 대응을 이끌어가는 구조로, 기존 양자협력에 비해 한층 진일보한 형태의 협력 모델이다.

실제 스캠단지는 현지 언어가 아닌 영어·중국어·한국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을 타깃으로 삼는 등 국적과 관계없이 피해가 발생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국가의 단속만으로는 범죄 근절에 한계가 있는 만큼, 다국적 협의체 기반의 공동 대응은 필연적 조치로 평가된다.

발족식에서 인터폴은 한국 경찰청과의 협력을 통해 스캠단지 대응을 위한 글로벌 조율에 앞장설 것이라 밝혔고, 아세아나폴 역시 해당 문제의 심각성과 협의체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초국경 범죄에 대한 공동 전략 마련을 강조하며, 협의체를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법집행 공조 필요성을 확인했다.

한국 경찰청 국제협력관 이준형 총경은 “스캠단지는 단순한 금융사기를 넘어선 복합적 국제범죄”라며, “한국 경찰이 선도하는 국제공조협의체를 통해 세계 경찰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움직이는 새로운 국제 치안 패러다임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한국 경찰의 위상 제고는 물론, 외교안보 역량의 확장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협의체는 범죄 관련 정보의 상시 공유, 공동 수사 매뉴얼 마련, 공조수사 대상의 신속한 인도 요청, 디지털 증거자료 교류, 합동 훈련 및 세미나 개최 등 다각적 협력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 향후 협의체에 참여하는 국가를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실질적 공조범위를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협의체는 단순한 의례적 다자회의가 아니라, 경찰 간 실무 협력과 정보통합이 이뤄지는 기능적 기구로서의 성격을 띤다. 기존 인터폴 체계가 ‘범죄자 인도’와 ‘경보 발령’ 등에 치중되었던 반면, 이번 협의체는 사전 정보공유부터 현장 작전까지 실시간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한국 경찰은 이번 협의체를 통해 UNODC 등과 연계한 ‘인신매매 피해자 구출 체계’ 구축도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스캠단지 피해자에 대한 인권 보호와 사후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러한 포괄적 치안 접근은 경찰조직의 역할을 단속에서 보호 중심으로 확장하는 국제적 흐름과도 맥을 같이 한다.

경찰청이 주도한 국제공조협의체는 신종 범죄에 대한 글로벌 대응 시스템의 전환점을 예고한다. 단순한 경찰 간 협약을 넘어, 실제 작전 수행과 정보공유가 일상화된 플랫폼으로 진화할 경우, 국제 치안 분야에서 한국의 리더십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향후 협의체가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초국경 합동작전’ 회의에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협의체를 통해 국제사회 내 신뢰 구축과 스캠범죄 척결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복합적 목표를 지속적으로 추구할 계획이다.

박혜신 기자 | aipen.hyesin@gmail.com